독도.해양영토 브리핑 13-212호(2013.2.25)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제해양·독도연구센터(http://www.ilovedokdo.re.kr)
필리핀의 중국 상대 남중국해 분쟁 중재재판소 회부 문제
■ 해양연구본부 이창열
○ 필리핀은 2013년 1월 22일 남중국해 분쟁 해결을 위해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중재재판)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중재재판 개시를 위해 중국에 서면통고를 하였다. 중국은 서면통고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중재재판관 1인을 선임하여야 했지만, 지난 2월 19일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를 통해 중재재판 참여를 공식적으로 거절하였다. 필리핀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재판관 선임을 요청할 경우 중재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필리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중국은 수십 개의 조그만 섬과 환초로 구성된 난사군도(Spratly Islands)를 비롯해 남중국해의 관할권을 두고서 필리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과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중국은 1992년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 난사군도를 자국의 영토로 명시하고, 남중국해를 9개의 점선으로 표시“( 9 dash line”)하여 점선 내의 모든 해역을 자국의 관할권으로 주장해 오고 있다.
○ 지난 해 4월 필리핀의 EEZ 내이지만 중국이 주장하는“9 dash line”해역에 포함되는 지역에서의 중국어선 어업을 두고서 중국과 필리핀 해양순시선이 2주간 대치하기도 했으며, 6월에는 베트남의 EEZ 내에 있는 해저전선을 중국이 절단함으로써 양국이 전면적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되기도 하였다. 지난 해 11월 중국 하이난성은 중국이 주장하는 해역에“불법적으로”들어온 선박에 대해 임검, 추방 또는 나포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여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필리핀의 이번 중재재판소 회부도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갈수록 확대하는 상황 가운데 나온 것이다.
○ 필리핀이 중재재판을 통해 구하는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각국의 해양에 대한 권리와 의무는 유엔해양법협약에 의해 규정되며, 중국이 주장하는“9 dash line”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반하므로 무효임을 선언해 줄 것. 둘째, 중국과 필리핀이 주장하는 일부 지형물이 유엔해양법협약 제121조에 따른 섬인지 여부 및 12해리 영해를 넘어 EEZ와 대륙붕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해 줄 것. 셋째, 유엔해양 법협약이 정한 EEZ와 대륙붕에 관한 권리를 필리핀으로 하여금 행사하고 향유할 수 있게 할 것.
○ 주목할 점은 필리핀이 도서 영유권과 해양경계획정 문제의 해결을 중재재판소에 직접 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지난 2006년 유엔해양법협약 제298조에 따라 이들 문제에 대한 국제법원의 강제관할권을 배제하는 선언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리핀은 중국의 배제선언의 효과를 피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중국이 주장하는“9 dash line”의 유엔해양법협약 합치 여부에 대해 판단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9 dash line”은 남중국해 분쟁의 핵심 사안이므로 오히려 정곡을 찌른 것이라 할 수 있다.
○ 중국의 중재재판절차 참여 거절에 대해 필리핀은 이미 예견했던 상황이라며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중재재판)에 의하면 필리핀은 2월 22일 이후 2주 내에 국제해양 법재판소에 중재재판관 선임을 요청할 수 있다. 필리핀의 요청이 있으면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장은 30 일 이내에 필요한 선임을 행한다. 설령 중국이 중재재판소에 출정하지 않거나 사건을 변호하지 않더라도 필리핀은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중재재판소의 판정을 구할 수 있다.
○ 따라서 앞으로의 소송절차적 관심은 필리핀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중재재판관 선임을 요청함으로써 사건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그러할 경우 중국이 소송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이다. 중국은 그 동안 해양 분쟁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임을 주장해 왔으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자국인 재판 관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이 이번 사건에서도 계속해서 사법적 해결이 아닌 양자간 해결만을 고수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 또한 필리핀이 중재재판과는 별도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신청할지 여부도 관심사항이다.
이 경우 잠정조치 신청 내용은“9 dash line”을 근거로 한 중국의 관할권 행사의 중지나 필리핀이 주장하는 EEZ 내 중국의 구조물 설치 중단 요청이 될 수 있다.
○ 이번 사건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 다. 첫째,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도 해양분쟁에 대한 사법적 해결수단이 일반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필리핀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베트남도 중국에 대해 중재재판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유엔해양법협약 제298조의 강제관할권 배제선언이 해양분쟁의 사법적 해결을 피하고자 하는 국가에게 완전한 안전장치가 아님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중재재판소가 유엔해양 법협약 제121조에 따른‘섬’과‘암석’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 해양연구본부 박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