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토론을 거부하는가?

다케시마의날 참관기

김점구(독도수호대 대표)

2월 22일, 시마네현이 정한 이른바 ‘다케시마의날’이다.
2005년 3월 16일 시마네현의회가 ‘다케시마의날을 정하는 조례안’을 제정하고, 3월 25일 시마네현이 공포하였다.

다케시마의날의 근거는 1905년 2월 22일의 시마네현고시 제40호다. 시마네현고시는 러일전쟁 중 동해의 해상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독도에 망루를 세우려는 사전 조치였다. 시마네현고시는 1월 28일에 열린 내각 결정의 후속조치인데 이때 내각은 ‘량고도(독도)는 타국이 이용한 형적이 없는 무주지’ 즉 주인이 없는 섬이라고 판단하고 강제 편입을 결정하였다.

현재 일본 정부는 17세기의 도해면허와 함께 시마네현고시를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독도를 실질적으로 경영했다는 고유영토론의 도해면허와 무주지 선점론을 근거로 하는 시마네현고시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관계이다.

시마네현은 2006년부터 다케시마의날 기념식을 열고 있다.
이때 필자는 항의방문을 하였는데 바른역사정립기획단 관계자와 우연히 일행이 되었다. 우리는 식장에 들어갈 때 카메라, 녹음기 등 장비를 휴대할 수 없었고, 화장실에 갈 때도 경찰과 현 관계자의 통제에 따라야 했다. 약 200여 명의 인원이 참석했는데 첫 기념식인지 언론사의 관심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시마네현의 전체 분위기는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7년부터 다케시마의날 기념식은 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시마네현민대회(이하 현민대회)와 함께 열리기 시작했고, 식장도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앙홀로 바뀌었다. 경비도 한 층 강화되었다. 금속탐지기가 설치되고 식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등록해야 했다. 다케시마의날 기념식과 현민대회를 함께 하는 이유는 독도문제를 쿠릴열도(북방영토)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 조어도(센카쿠제도), 쿠릴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관심도로 봤을 때 쿠릴열도, 센카쿠제도, 독도 순이다. 일본에서 북방영토는 우리에게 독도와 같은 수준의 관심 지역인데 내각부에 북방대책본부가 설치되어 있고 2월 7일을 북방영토의날로 정했다. 지역에는 ‘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현민회의’라는 조직이 설치되어 있는데 ‘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현민대회’를 열고 있다.

시마네현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독도를 포함하는 ‘다케시마․북방영토반환요구운동시마네현민회의’가 설치되어 있다.
시마네현의 전략은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다. 2007년부터 일본 전국의 우익들이 차량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참석 국회의원들의 수도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민당은 다케시마의날 기념식을 정부 행사로 격상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을 고려하여 중앙에서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중앙 정부 관리(내각부 차관)가 참석했다.
비록 올해는 시마네현에서 기념식이 열렸지만, 내년에 중앙 정부에서 기념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다케시마의날 기념식. 시마리지 아이코(島尻安伊子)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은 인사말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진 연합뉴스]

독도수호대는 2006년 제1회 기념식부터 항의방문을 하고 있다.
시마네현에 가기 위해서는 보통 돗토리현 요나고공항을 이용하는데, 특별한(?) 입국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반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 조사가 이루어지는데 보통 3~4시간이 소요된다. 방문 목적, 일정, 숙소, 휴대물품의 종류와 수량 특히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진다. 조사가 끝나면 여권에는 “法10-8”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입국장을 벗어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일본 경찰들이다. 이때부터 일본 경찰의 감시가 시작된다.
올해는 도쿄 나리타공항을 이용했는데 이곳에서도 특별조사를 받아야 했다.

도쿄 일정을 마치고 22일 아침에 오카야마에서 기차를 타고 돗토리를 거쳐 시마네현청 소재지인 마츠에역 도착했다.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하려고 돗토리에서 기차 시간을 변경했지만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의 감시하에 숙소에 짐을 풀고 기념식이 열리는 시마네현민회관을 향해 출발했다.

시마네현에서의 22일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시마네현청 경내에 설치된 다케시마자료실 조사와 기념식 취재다. 자료실에서는 해마다 특별전이 열리는데 새로운 독도 자료가 다수 공개되기도 한다.

자료실에 가기 위해 마츠에역에서 택시를 탔다. 그러나 경찰이 택시 기사에게 운행 동선을 지정하는 등 이동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경찰에 항의하고 다른 택시를 탔지만, 경찰의 행위는 계속되었다. 기사가 출발하려고 문을 닫으면 경찰관 신분증을 보여 주며 기사의 운행을 방해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필자가 위법행위를 했다면 법에 따라 체포하면 그만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경찰이 영업을 방해하는데도 어떤 기사도 항의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경찰에게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우익들이 위험하므로 가면 안 된다.’였다. 필자는 ‘도둑이 우려된다면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 주민을 다른 데로 이주시키지 않는다.’며 ‘위험 요소인 우익들을 통제하라’며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4~5대의 택시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걸어서 갈 생각도 했지만, 버스만큼은 경찰의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다. 7~8명의 경찰이 뒤따라 탔지만 다행히 버스는 자료관이 있는 시마네현청 정류장에 도착했다.

자료관을 향해 가는데 경찰이 ‘갈 수 없다.’며 길을 막아섰다. 그러나 경찰은 필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을 권리가 없다.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듯이 일본에서 불법 행위를 하지 않은 필자도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경찰에게 항의했지만 ‘우익들이 있다.’는 답변만 반복되었다. 필자는 도쿄에서 야스쿠니 반대 촛불대회, 강제병합100년한일시민공동선언대회 등 집회에 참석했지만, 우익을 이유로 행사를 방해받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우익들이 평화적인 집회를 방해하지 못하게 접근을 막았을 뿐이다.

경찰을 밀치고 몇 걸음을 갔을 때 강제 연행이 시작되었다. 소란이 일자 우익들이 달려들었고 멱살까지 잡혔다. ‘위법 행위가 있다면 정식으로 체포하라’며 항의하자 ‘체포’가 아니라 ‘긴급구난’이라고 했다.

긴급구난? 우익에 의한 위험에서 나를 구해냈다는 것인데 어불성설이다. 천재지변이라면 사람이 피해야 하므로 ‘긴급구난’이 맞지만, 현재 경찰이 말하는 긴급구난 상황은 인위적인 위험 요소인 ‘우익’이다. 우익이 나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다.

결국, 차량에 실려 시마네현 경찰기동대로 끌려갔다.
‘불법 체포 및 구금’이라며 석방을 요구했지만, 억류는 계속되었다. 영사관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긴급구난’이라는 경찰의 조치에 대해 당장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계속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한참이 지나 시마네현민회관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단, 우익들이 나를 알아보기 때문에 점퍼를 벗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부당한 요구였지만 기념식장에 가서 토론제안서를 전달하고 취재를 해야 하는 처지에서 어쩔 수 없이 요구를 수용했다.

[사진] 다케시마자료관에서 강제 연행되는 필자

필자의 토론제안은 2011년부터 올해로 세 번째다.
토론 하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시마네현 주민에게 (일본이 감추고 있는)독도의 역사를 사실 그대로 알려주기 위해서다.

2011년에는 제안서를 접수했지만, 현재까지 회신이 없고, 다케시마문제연구회 시모조 마사오 회장은 산음(山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사람이 연구자로서 토론이나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했는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두 번째로 제출했을 때 수령 자체를 거부했는데 ‘시모조 회장이 토론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유였다. 필자는 토론 제안서 수령마저 거부하는 시마네현에 항의했고, 경찰은 2시간가량 억류하였다.

경찰기동대를 출발하여 잠시 후 시마네현민회관에 도착했다. 기념식장 참가자와 기자들로 가득한 로비에서 현 관계자에게 토론제안서를 전달했지만, 지난해와 같이 수령을 거부했다.

토론제안은 필자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11월 시마네현립 다케시마문제연구회가 울릉도를 방문하면서 한국 측 연구자들에게 제안했고, 필자를 비롯한 한국 측 연구자는 아무 조건 없이 수용했다. 대구대학교에서 토론회가 열렸고 이때 시모조 마사오 회장을 비롯한 시마네현 관계자가 참석했다.
토론회가 열린 후 시마네현은 대구대 토론회를 소개하는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했다.

2006년 11월 5일 대구대학교 토론회에 참석한 다케시마문제연구회 및 시마네현 공무원

그렇다면 토론회를 먼저 시작하고 토론회 사실을 홍보하는 시마네현이 왜 토론회를 거부하는가?
사실, 시모조 마사오에게 대구대 토론회는 일종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 일본의 주장이 조목조목 반박되었고 이에 대한 반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토론회를 통해 일본이 말하지 않으려는 아니 감추려는 독도의 많은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일본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불리한 자료는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시마네현 주민이 참석하는 공개 토론회가 열리면 그 모든 사실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시마네현이 토론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토론 제안서 접수를 거부하는 시마네현과의 실랑이가 계속되었고, 시마네현은 다음날 만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기념식을 취재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기자로 등록해 식장 내부를 이동하며 취재가 가능했는데 지난해부터 지정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례를 주장했지만 ‘규정이 바뀌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필자는 지정된 자리에 앉아 취재도 못 한다면 자리만 채워주는 꼴이 된다고 생각해서 입장을 포기했다. 그리고 내외신 기자들에게 시마네현의 부당한 조치를 설명했다. 기자들이 몰려들자 경찰은 나를 다시 강제로 차에 태워 시마네현경찰서로 연행했다. 하지만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고 기다림만 계속되었다.

기념식이 끝날 무렵 숙소로 이동하려 했으나 우익들이 숙소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는 이유로 억류가 계속되었다. 한참 만에 숙소에 도착했지만, 경찰이 호텔 로비에서 대기하며 감시를 계속했다. 경찰의 눈을 피해 시마네현의 동향을 파악해야 했지만,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경찰을 대동(?)하고 시마네현민회관으로 향했다. 다시 찾은 시마네현민회관 주변은 말끔히 정리되어 몇 시간 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맞은편 현청 앞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독도탈환을 주장하는 광고가 계속되고 있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현 정책을 소개하는 광고 마디마디에 다케시마의날을 소개하는 문구가 들어가 횟수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전광판 촬영을 마칠 즈음 석양이 물들기 시작했고, 시마네현청과 시마네현민회관의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시마네현 관계자로부터 휴일이라 현청 문을 열지 않는다며 필자가 묵고 있는 곳으로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필자는 토론제안서 전달은 공적 사무이고, 휴일이라도 근무자가 있을 것이라며 직접 가겠다고 했다. 관계자는 논의를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잠시 후 현청이 아니라 현민회관에서 만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토론제안서 전달 장소가 현민회관이었고 어제도 현민회관에서 전달키로 해서 현민회관으로 장소를 정했다.

오전 10시, 토론제안서가 정식으로 접수되었고, 오늘 현재까지 토론 제안 수용 여부에 대한 회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