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태권V 독도 설치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독도에 태권V를 설치하면 안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산 마징가Z의 모방이라는 것이 네티즌의 주요 주장이다.
만약 마징가Z의 모방 논란이 없었다면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중요한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
바로 독도 관리 제도인데, 13m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 설치가 입도 허가를 통해 가능하냐의 문제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독도 입도 제도와 관련 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독도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첫째. 공개지역 - 동도, 서도주민숙소, 부두(접안시설), 동도 탐방로 일대
둘째. 공개제한지역 - 공개지역을 제외한 지역

일반 관람객이 머물며 독도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은 동도 접안시설이다.
참고로 '관람'이란 동도 접안시설에 머물며 독도를 구경하는 것이고
'관람객'은 동도 접안시설에서 머물며 독도를 구경하는 사람이다.

관람 외 목적으로 공개지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울릉군수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공개제한구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독도의 현상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문화재청장의 현상변경허가 있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문화재보호법에 명시되어 있다.)

관람은 별도의 허가가 필요없지만 관람 외의 목적으로 독도에 들어갈 경우 입도허가가 필요하다.
울릉군 조례에서 '입도 승인대상'을 정하고 있는데, 동도 부두내에서 행사를 할 경우가 해당된다.

문화재청은 울릉군에 행정명령을 통해 관람, 입도 관리 업무를 위임했다.
당연히 현상변경허가와 공개제한구역 입도허가는 제외되어 있다.

조감도 - 독도에 설치될 예정이지만 배경 사진은 독도가 아니다.

태권V는 공개지역 가운데 일부인 동도 접안시설에 설치될 예정이고
울릉군은 태권V 설치를 위한 입도를 허가했다.

문제는 13m에 이르는 태권V와 솟대 등 기타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입도허가 아닌 현상변경허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이다.

제15조(국가지정문화재 등의 현상변경 등의 행위) ① 법 제35조제1항제1호에 따른 국가지정문화재 등의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1. 국가지정문화재,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을 수리, 정비, 복구, 보존처리 또는 철거하는 행위
2.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중 죽은 것을 포함한다)를 포획·채취·사육하거나 표본·박제·매장·소각하는 행위
3. 국가지정문화재,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 안에서 하는 다음 각 목의 행위
가. 건축물 또는 도로·관로·전선·공작물·지하구조물 등 각종 시설물을 신축, 증축, 개축(改築), 이축(移築) 또는 용도 변경하는 행위

태권V는 ①항의 3에서 말하는 공작물에 해당하는 시설물이다.
따라서 현상변경허가신청이 있어야 하고 문화재청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울릉군은 문화재청장의 고유 권한인 현상변경허가를 승인해준 셈이다.
사실 울릉군이 문화재청장의 고유 권한을 넘어서는 불법행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울릉군은 서도 물골(공개제한구역)의 수질을 검사하기 위한 입도신청을 불허한 사실이 있다.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답변만 반복했다.
울릉군의 불법행위를 문화재청이 방조한 것이다.

그럼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원인은 울릉군과 문화재청의 인식부재와 제도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이유를 댄다면 울릉군이 법에서 정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문화재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권V 설치를 위한 입도허가도 울릉군의 불법행위이다.
태권V는 독도 관리 제도를 개선하는 좋을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